정리정돈, 진료보다 중요한 순간이 있다
“정리 좀 하고 하시죠?” 말로는 안 하지만, 환자 눈엔 다 보입니다.
수많은 진료 도구가 엉켜 있고, 체어 옆엔 반쯤 닫힌 서랍과 닳은 거즈가…
그 순간, 환자는 진료 실력보다 위생 상태를 먼저 판단합니다.
🧼 ‘깨끗하다’는 건, 청소가 아니라 ‘의도’입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치과위생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맡은 진료실은 언제나 **“공기마저 단정”**했죠.
체어 옆엔 늘 똑같은 순서의 준비물이 놓였고, 가글컵은 늘 같은 방향으로 세팅됐고, 카트에 올라간 기구는 꼭 ‘왼쪽부터 사용’ 순으로 나열돼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이런 얘길 하더군요:
“이상하게 여긴 뭔가 신뢰가 가요. 말은 없는데, 느낌이 좋아요.”
정리는 ‘무엇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이게 하는가’의 기술입니다.
📦 진료 준비는 ‘하던 대로’가 아니라 ‘보여줄 대로’
정리정돈이 잘 된 진료실의 특징은 “누가 와도 당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 체어 위를 정리한 채 환자를 맞이하기
- 진료 전 한 번 더 알코올 솜으로 기구 닦기 (보이는 위생)
- 사용한 기구는 즉시 트레이에, 닦은 후 다음 사람 준비
이런 루틴은 누군가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팀 전체의 약속입니다.
🗃️ 재료 관리가 곧 시간 관리입니다
“그거 어디 있지?” “그거 누가 썼지?”
이런 말이 진료 중간에 자주 들린다면, 그건 재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체계가 없어서**입니다.
- 재료 위치는 진료 동선 기준으로 고정
- 유통기한 임박 물품은 컬러 스티커 등으로 시각화
- 공통 사용 재료는 사용 후 즉시 제자리로 (개인 기구화 X)
정리는 결국, “시간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입니다.
🌬️ 정돈된 진료실은 ‘말 없는 커뮤니케이션’
환자에게 신뢰를 주는 공간은 ‘깨끗함’이 아니라, **‘질서감’**입니다.
진료실이 조용히 말해주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이 병원은 내가 눈치채지 못한 것까지, 신경 써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은 환자뿐만 아니라 **스텝들도 오래 머무르게 만듭니다.**
💡 정리는 철학입니다
누군가 나가고, 누군가 들어오는 진료실.
그 사이에 정리가 없다면, 다음 진료는 어제의 흔적 위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란, 공간을 새로 쓰기 위한 의식이자, 우리가 가장 먼저 전달하는 ‘무언의 진료’입니다.
— 《biodentalnotes》,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쌓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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