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실신·구토·지혈 편
진료실에서 환자가 갑자기 말없이 고개를 툭 숙였습니다.
“어… 환자분 괜찮으세요?”
대답이 없고, 얼굴은 창백해지고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실신입니다.”
🌀 실신: 멘붕이 아니라 매뉴얼로 대처
치과는 국소마취만 한다고 방심하기 쉽지만, 의외로 **실신 빈도는 높고, 발생 시 당황도 크죠.**
제가 처음 겪었던 실신은…
정말 심장이 얼어붙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때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 환자 자세를 즉시 눕히고 다리를 올리기
- 산소가 있다면 마스크 통해 공급
- 동공 반응, 맥박 확인 (가능하면 혈압 체크)
- 기록은 ‘몇 시 몇 분 무슨 조치 했는지’ 정확하게 남기기
그리고 스텝에게는 이렇게 말해야 해요:
“지금 환자분은 정신을 잃으셨어요. 침착하게 도와주세요.” (→ 팀 전체가 ‘패닉’이 아니라 ‘대응’에 집중되게 유도)
🤢 구토: 그 자체보다 ‘대응’이 중요
구토 반응도 자주 나오는 응급 상황 중 하나입니다.
특히 임프레션 재료나 스케일링 중 기도 자극이 심할 때,
혹은 심리적으로 긴장된 환자에게서 발생하죠.
이런 경우:
- 체어를 뒤로 젖히지 않고, 상체를 바로 세우기
- 재료나 기구는 즉시 제거
- 입 안 물기는 티슈 or 마른 거즈로 처리 (구역질 더 유발 않게)
- 환자에게 숨 고르기, 물 한 모금 권하기
이후, 환자가 안정을 되찾았을 땐 꼭 이런 설명을 덧붙이세요:
“놀라셨죠? 재료 냄새나 감각이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쉬셨다가 괜찮으시면 천천히 진행해도 됩니다.”
🩸 지혈 안 될 때: 피보다 더 무서운 건 ‘당황’
발치 후 출혈이 계속될 때, 환자도, 보호자도 당황합니다. 하지만 의사가 당황하면, 분위기는 완전히 무너집니다.
제가 배운 철칙은 딱 하나:
“지혈 안 되는 상황일수록, 말은 더 느리고 명확하게.”
그때 해야 할 행동은 다음과 같아요:
- 먼저 물로 헹구지 않기 (응고 시작되려는 피까지 씻겨나감)
- 드라이 거즈로 직접 압박, 최소 10~15분
- 출혈점 보이면 지혈제 or 전기 소작기 활용
- 고혈압 환자, 항응고제 복용 이력 확인
그리고 상황이 조절되면 이렇게 설명해줍니다:
“지금은 약간의 출혈이 남아 있지만, 거즈로 충분히 눌러주셨기 때문에 곧 멎을 겁니다. 오늘 밤까지는 약간의 붉은 침은 괜찮습니다.”
📍 매뉴얼은 나를 안심시키는 도구
진료실에서 응급 상황은 언젠가 반드시 옵니다.
그래서 내가 당황하지 않게 매뉴얼을 만드는 겁니다.
실신, 구토, 지혈 같은 순간에 우리가 침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습관과 정리입니다.
응급 대응은 결국, **‘말’과 ‘태도’로 진료실의 신뢰를 다시 붙잡는 순간**입니다.
— 《biodentalnotes》, 일상의 긴장을 견디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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