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료가 아무리 정교하고 완벽해도,
환자가 느끼는 건 결국 ‘우리 병원 분위기’일지도 모른다고요.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우리끼리 작고 소박한 교육을 시작해봤습니다.
이름 붙이기도 뭐해서 그냥 ‘우리끼리 해본 CS’라고 불렀습니다.
첫 번째, 거울 앞에서
우선, 우리 모습을 한번 돌아보자고 했습니다.
정말 거울 앞에 서보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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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복장, 표정, 머리 모양까지 사진으로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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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가볍게 다듬어주고, 다시 한 번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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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사진도 있었지만, 꽤 괜찮은 변화도 있었죠
그 사진은 사물함에 붙였어요.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어제의 나와 마주하게요.
그리고는 말했죠.
“병원 분위기는 말보다 더 빠르게,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옷깃 하나, 눈빛 하나로도요.”
참, 근처 병원도 조용히 한 번씩 돌아봤습니다.
남의 진료실에서 우리를 돌아보는 일, 꽤 쏠쏠했습니다.
두 번째, 말을 건넬 때
이번엔 말의 차례였습니다.
환자와 처음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어떤 인상을 남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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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 환자에겐 ‘이 병원이 내게 맞을까?’라는 불안이 숨어 있죠
문진과 안내에서 그걸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도록 연습했어요 -
재진 환자에겐 ‘나를 기억해주는가?’가 중요합니다
지난 기록을 미리 확인하고, 당일 진료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것
그리고 가장 좋았던 표현은 이것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온 환자는 고향 친구처럼 맞이하기”
진심이 담긴 한마디는,
처방전보다 더 강한 치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름을 기억하고, 치료 과정을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는 커다란 감동이 됩니다.
세 번째, 말의 무게
마지막은 말의 끝맺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질문이나 불만이 나왔을 때,
우리가 얼마나 ‘잘’ 대답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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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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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건 ‘적당히’ 말하는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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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요한 건 요약해서 문서로 보여주는 습관
“말을 줄이는 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일이에요.”
감정이 섞인 말보다, 정리된 말이
환자에게는 훨씬 더 위로가 되더라고요.
우리는 그렇게,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작은 실험은 특별하지 않았고, 완벽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가 직접 해봤고,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것만은 확실했죠.
거울을 보는 눈,
환자를 대하는 말투,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까지.
조금씩, 따뜻하게 변해갔습니다.
혹시 지금, 진료실이 너무 바빠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면—
이런 실습, 한 번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 작은 변화들은,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잘 지내기 위한 연습’이었습니다.
이제는, 진료실 문을 열 때마다
"우리 오늘도 괜찮은 하루를 만들 수 있겠지"
하고 작은 기대가 피어납니다.
이 글이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개원을 준비하시거나 진료실을 운영 중인 선생님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어느 치과의사 선배의 진료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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