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다 생존을 먼저 생각한 치과 개원의 일기》
4편. 예쁜 치료는 기능을 이긴다
“기능에는 이상 없는데 왜 불편하세요?” 개원 초기에 내가 자주 했던 말이다. 교합도 맞고, 접착도 잘 됐고, 씹는 데도 문제없으니 치료는 성공적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환자는 계속 뭔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괜히 예민한 걸까? 아니었다. 그건 내 감각이 무뎠던 것이다.
진료는 기능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는 ‘아프지 않음’보다 ‘불편하지 않음’을 원한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것이다. 말하자면, '기능적 완성'과 '감정적 완성'은 다르다.
특히 심미 치료에서는 더 그렇다. 앞니 레진을 매끈하게 다듬어도, 잇몸라인이 미세하게 비대칭이면 환자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머문다. 틀니도 마찬가지다. “예쁘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단지 외형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는 마음의 요청이다.
나는 이제 안다. 틀니를 해드릴 때도, 브릿지를 연결할 때도, 심미가 기능보다 환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는 걸.
기능은 의사의 언어다. 하지만 심미는 환자의 언어다.
치료를 받은 뒤 환자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색감이고, 라인이고, 웃을 때의 느낌이다.
한 번은 70대 할머니가 레진 치료를 마친 뒤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요즘 젊은 치과는 색칠도 잘 하네.”
그 말 한마디가 내게 더 큰 보람이었다. 기능을 칭찬받았을 때보다, 예쁘다는 인정을 받았을 때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나는 이제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 결과를 바라보려 노력한다. 거울 앞에 앉힌 뒤 "어떠세요?" 하고 묻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보기엔 완벽해도, 환자가 고개를 갸웃하면 다시 손 본다. 의사가 만든 기능보다, 환자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더 중요하니까.
진료실의 진짜 목표는 ‘기술적 성공’이 아니다.
‘환자가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때로는 기능보다 예쁨을 먼저 고민하자.
예쁜 치료는, 마음을 치료한다.
다음 편 예고: 5편. 처음 온 환자에게, 첫사랑처럼 대하자
이 글이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개원을 준비하시거나 진료실을 운영 중인 선생님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어느 치과의사 선배의 진료노트에서

댓글
댓글 쓰기